남북이 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조치의 일환으로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운영을 잠정 중단키로 결정함에 따라 이번 조치의 배경과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30일 통일부에 따르면, 남북은 이날 오전 개성 연락사무소에서 '연락대표 협의'를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위험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사무소 운영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 2018년 4·27 판문점선언 합의에 따라 같은 해 9월에 처음 문을 연 개성 연락사무소가 일시적으로나마 가동을 완전히 멈추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직후인 지난해 3월 22일 개성 연락사무소에서 일방적으로 철수했다가 사흘 만에 복귀한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남측 인력이 사무소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가동 중단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남북 당국 간 협의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는 입장이라면서도 북한 측이 먼저 가동중단을 요구해 이를 수용했다는 관측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해 북한 측이 굉장히 조심하고 있다. 강화된 조치를 취하는 동향으로 봐선 국가 비상방역체계 선포 이후에 (이뤄지고 있는) 관련된 조치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달 말 중국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국가비상방역체계를 가동하고 전례 없는 수준의 전방위적인 방역작업에 착수했다.
한과 외부 세계를 잇는 몇 안 되는 베이징(北京)-평양 간 항공노선을 잠정 폐쇄하고 중국 내에서의 비자발급 업무도 중단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과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유행 당시와 비교해 볼 때도 북측의 이 같은 동향들은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다음 달 예정된 건군절(8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16일) 등 주요 정치일정과 관련된 기념행사도 아예 생략하거나 대폭 축소해 치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지난 24일 북한 평양 동남쪽의 열병식 훈련장에서 대규모 병력이 포착됐다며 건군절을 앞두고 열병식을 준비하는 것일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지만, 군 소식통은 이날 "열병식 동향은 아직 포착된 것이 없다"고 전했다.
개성 연락사무소가 언제쯤 정상화될지는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쉽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 수가 여전히 상승세라는 점을 고려할 때 최소한 수개월 이상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북한 전문가들은 이번 개성 연락사무소 잠정폐쇄가 남북간의 전염병 방역조치 협력 차원에서 이뤄진 것인 만큼 남북관계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남북이 오랜만에 대화채널을 통해 사무소 가동 중단을 결정하고, 서울-평양 간 전화·팩스선이라는 대체 수단까지 마련해 연락업무를 계속 유지키로 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4·27(판문점 선언) 이후 9·19(평양 공동선언)까지 합의사항에 대해서는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보인 것"이라며 "'연락사무소 무용론' 등이 제기돼온 그동안의 상황을 고려할 때 그게 상징적이든, 형식적이든 북한의 (대화·소통) 의지를 확인한 기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