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과 이란의 일촉즉발 갈등을 놓고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란은 전통적인 우호국이고 미국은 미중 1단계 무역협상을 코앞에 앞두고 있기 때문에 전운이 깊어진 상황에서도 어느 쪽 편도 들 수 없을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중국은 “관련국 모두 자제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이어가고 있다.
8일 미국과 이란, 중국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현지시간) 이란은 미군이 주둔한 이라크 아인알아사드 공군기지에 지대지 미사일 15발을 발사했다.
이란 국영TV는 이번 공격에 대해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을 숨지게 한 미국을 향한 보복 작전”이라고 보도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이란 군부의 실세도 알려져 있다.
미국은 즉각적인 맞대응은 하지 않고 있다. 도널드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공격 직후 백악관에서 긴급 국가안보회의를 주재했으며 같은 날 오후 늦게 대국민 성명 발표를 예고한 상태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으나 중국 정부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중국은 이란의 공격이 시작되기 전까지 미국의 일방주의와 무력 사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란사태 관련국들은 모두 자제를 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두고 “중국이 자국에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해 이란과 거리 두기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중국은 이란, 러시아와 함께 지난해 12월 호르무즈 해협(이란과 아랍에미리트 사이의 석유 운송 요충 해협)에서 미국을 겨냥해 첫 해군 합동훈련을 진행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에 미군 수천명을 추가 파병한 뒤부터 미·이란갈등이 확산되자, 미국 비판에서 원론적인 수준으로 발표 강도가 낮아지는 모양새다.
중국 언론 역시 미국과 이란 두 국가에 대한 비판 보다는 실시간으로 상황을 신속 보도하면서 국제사회가 나서 현재 상황을 중지시켜야 한다고 보도하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즈는 이란과 중동 연구 전무가인 후아리밍(Hua Liming) 전 이란 주재 중국 대사 인터뷰를 통해 “양측의 군사 행동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되면 세계의 전쟁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이런 상황을 멈추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외신을 인용, 이란이 이라크 서부에 위치한 미군 기지를 미사일 공격했다고 밝혔으며 중국 관영 CCTV는 역시 비슷한 내용을 화면에 내보냈다.
이 같은 입장 변화는 다음 주로 예고된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서명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소식통을 인용해 “류허(劉鶴)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협상단이 미중 1단계 무역합의문 서명을 위해 오는 13일 워싱턴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보도했었다.
글로벌타임즈는 전문가들 발언을 빌려 “미중 양국이 (조율해야 할) 최종 세부사항이 남아있고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고조되는 등 다른 복잡한 요인으로 1단계 무역합의 서명 시기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