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권력남용과 의회방해 두 개 혐의의 탄핵 결의안을 상원에 보냈다. 지난달 18일 하원에서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한 뒤 꼭 4주 만이다. 탄핵안 제출이 늦어진 건 펠로시 의장이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와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을 포함한 핵심 증인 채택을 놓고 힘겨루기를 했기 때문이다.
미 역사상 세 번째 대통령 탄핵 심판은 16일 정오 상원 본회의에서 시작한다. 소추위원장 격인 시프 위원장이 탄핵안을 낭독한 뒤 오후 두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재판장, 상원의원 100명은 배심원 선서를 한다. 하원 소추위원의 유죄 주장과 대통령 측 변론을 포함한 심리를 거쳐 평결이 나오기까지 최소 수 주가 걸릴 전망이다. 직전 1999년 빌 클린턴 대통령 탄핵심판은 5주가 걸렸다. 2개 혐의 중 하나라도 유죄 평결을 하려면 3분 2, 상원의원 67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공화당 53명-민주당 47명인 현재 상원 구조상 불가능에 가깝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탄핵안 상원 송부와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과 제리 내들러 법사위원장 등 7명의 탄핵 매니저(소추위원)를 지명하는 조치를 하원 표결에 부쳤다. 찬성 228표-반대 193표로 송부가 가결되자 곧바로 서명한 뒤 상원으로 보냈다. 펠로시 의장이 지명한 탄핵 매니저 숫자는 클린턴 탄핵 심판 때 공화당이 13명을 지명한 데 비해선 절반 가량이다.
그는 "우리는 미국 역사상 매우 중요한 문턱을 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트럼프가 미국 헌법을 공격한 것은 유죄"라고 선언했다. 그는 탄핵안 송부 지연에 대해선 "내 시기 선택에 대해 왈가왈부 말라"며 "나는 (러시아 대선 개입 사건에선) 탄핵이 초래할 분열을 인식해 참았다. 하지만 그가 그런(우크라이나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수사를 청탁한) 행동을 했을 때 선을 넘었고 우리에겐 선택지가 없었다"라고 했다.
탄핵안을 넘겨받은 매코널 원내대표는 "지금은 나라의 어려운 시기지만 정확히 이때를 위해 설계자들이 상원을 만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상원이 단기적 이익 추구와 파벌적인 열기를 넘어 장기적으로 최선의 국익을 위해 봉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고상하게 표현했지만, 민주당이 지배하는 하원과 달리 상원 탄핵심판에서 부결을 확신한다는 뜻이다. 그는 "본격적인 탄핵심판 심리는 다음 주 21일 시작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류허 중국 부총리와 1단계 무역합의 서명식에서 "이것은 탄핵 사기극"이라며 "(지난달 탄핵안 표결 때) 공화당 195명 가운데 이탈자는 제로였지만 우리는 세 명의 민주당 의원을 얻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폭스비즈니스 앵커인) 루 돕스는 내가 조지 워싱턴과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을 포함해 역대 최고 대통령이라고 했다"며 자화자찬을 하기도 했다.
백악관은 상원 탄핵심판이 2주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며 속전속결 부결 입장을 재확인했다. 행정부 고위 관리는 브리핑에서 재판이 2주를 넘길 경우 2월 4일 대통령 국정연설의 연기를 의회에 요청할 것이냐는 데 "우리가 2주를 넘길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하고 싶다"며 "이 사건은 대통령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사건이고 상원이 이 일에 그 정도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