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혁신 통한 증권업계 변화 기대…IB·자산관리 업무 한계 지적도
카카오 "누구든지 자산관리 할 수 있는 새로운 투자 문화를 만들어갈 것"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홍지인 기자 = 카카오의 증권업 진출이 확정됨에 따라 향후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사례처럼 증권업계에도 '메기 효과'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카카오 증권사가 핀테크(금융기술) 혁신을 통해 증권업계의 변화를 촉발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만 투자은행(IB)·자산관리 영업 등에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5일 정례회의에서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페이가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해 증권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대주주 변경 승인안을 의결했다.
카카오페이는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 신고와 400억원 규모로 알려진 매매 대금 납입을 끝내면 바로투자증권 주식을 인수해 증권사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증권업계 안팎에는 카카오가 강력한 IT·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기존 증권사들이 선보이지 못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등 다른 금융 플랫폼과 연계해 은행, 증권, 송금 등이 한꺼번에 가능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을 공략하는 서비스 출시가 예상된다.
앞서 카카오페이는 2018년 10월 바로투자증권과 인수 계약 체결 당시 카카오톡 플랫폼을 활용해 주식, 펀드, 부동산 등 다양한 투자상품을 거래하고 자산관리에 나서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지난 2017년 7월 영업을 시작한 카카오뱅크 성공 사례는 카카오 증권사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는 요인이다.
카카오뱅크는 영업을 시작하자마자 기존 은행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시도하며 신선한 돌풍을 일으켰고 메기 효과를 불러왔다.
메기 효과는 미꾸라지들이 있는 곳에 메기 한 마리를 풀게 되면 미꾸라지들이 빠르게 도망치며 활동성이 커지는 것에 비유해 막강한 경쟁자가 나타날 경우 기존 구성원의 잠재력이 향상되는 것을 뜻한다.
카카오뱅크는 간편 송금 체계에 변화를 줘 은행 창구보다 대폭 싼 수수료로 국외 송금 서비스를 선보였고 저금리 대출이나 상대적으로 좋은 금리를 제공하는 예·적금을 선보이며 실적을 올렸다. 이에 자극받은 시중은행들은 결국 금리 조정에 나섰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카카오는 대규모 고객 기반을 가진 업체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데 거리낌 없는 성향을 지녔다"며 "창의적 시도를 하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의 차이를 인터넷뱅크 사례로 봤는데 증권도 비슷한 상황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카카오페이는 "금융 당국에서 카카오페이 증권업 진출의 적합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해 준 만큼 국내 금융 산업과 사용자들의 금융 생활에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일으킬 수 있도록 바로투자증권과 다양한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양사 간 시너지를 발휘해 카카오페이 플랫폼을 통해 누구든지 자산관리를 할 수 있는 새로운 투자 문화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그러나 카카오 증권사가 메기 효과를 불러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당장은 대규모 고객 기반의 주식 위탁매매 등이 카카오 증권사의 강점으로 꼽히지만, 최근엔 증권사 수익 구조가 기존의 브로커리지 업무에서 자기자본 확충을 통한 IB 업무와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자산관리(WM) 업무로 무게추가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증권사들이 주식 수수료 무료 경쟁에 나서는 상황이라 뚜렷하게 수익을 창출하기가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신생 증권사가 오랜 경험과 신뢰가 필요한 IB·자산관리 업무에서 당장 두각을 드러내기도 쉽지 않다.
주식 위탁 매매 비중이 높은 중·소형 증권사들이 타격을 입을 순 있지만 당장 대형 증권사들의 변화를 촉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산관리 영업만 보더라도 통상 큰 자금을 굴리는 자산가들은 비대면 채널보다는 프라이빗뱅커(PB) 등과의 직접 상담을 통해 자금을 굴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카카오처럼 증권업에 진출해 변화를 꾀하려는 다른 핀테크 기업도 있지만, 실제 실현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간편송금 애플리케이션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제3 인터넷 은행 진출과 함께 증권사 신설을 추진 중이다. 지점이 없는 모바일 전용 증권사 설립을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지난해 6월 금융위에 주식·채권 등을 사고할 수 있는 금융투자업 예비 인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 심사 과정에서 자본구조의 불안정성을 지적받고 심사가 한때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11월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기존에 발행된 상환전환우선주 전량을 전환우선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이는 증권사 설립 등을 추진하기 위해 대주주 자본 안정성을 더욱 강화하는 조치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토스는 아직 심사가 진행 중"이라며 "자본 요건 등과 관련해 문제가 있어 심사가 한때 중단됐는데 심사에 시간이 조금 더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