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에 빠질 듯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29번 환자의 감염 미스터리가 풀렸다. 서울 종로구의 집단 발병을 둘러싼 퍼즐도 맞춰졌다.
연결고리는 의혹의 눈초리로 예의주시했던 명륜교회와 종로구 노인종합복지관이다. 실마리를 푼 단서는 두 곳을 모두 방문했던 83번 환자의 등장이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1일 서울 종로구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한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29번(82ㆍ남)과 56번(75ㆍ남), 83번(76ㆍ남), 136번(84ㆍ남)등 총 4명의 확진환자가 지난달 28~31일 종로 노인종합복지관에 방문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들이 모두 동일한 시간대에 복지관 내 식당을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보건 당국은 이들이 2~3번의 식사를 함께 한 것으로 확인했다.
종로구 '코로나 전파' 추적하니…한일관→명륜교회→종로 노인종합복지관
종로구에선 지난달 30일 55세 남성 환자(6번)가 처음으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환자는 중국 우한에서 입국한 3번 환자의 접촉자였다. 한일관 압구정점에서 3번 환자와 밥을 먹은 뒤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나온 2차 감염이었다. 이후 6번 환자의 아내(10번)와 아들(11번)도 감염됐다.
6번 환자는 지난달 26일 종로구에 있는 명륜교회에서 예배를 봤다. 당시 이 교회엔 83번 남성 환자(76)도 갔다. 6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고 보건당국은 역학조사를 했지만, 당시엔 83번 환자를 접촉자로 파악하지 못했다.
연쇄 감염 발생, '종로 노인종합복지관'
종로구청은 지난 1일부터 종로구 노인종합복지관을 휴관했다. 감염 확산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휴관에도 불구하고 29번과 56번 등 이 곳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확진자들이 속속 발생해 우려를 키웠다. 해외여행력이 없고, 확진자와 접촉 이력이 없는 어르신들이 잇따라 감염됐기 때문이었다.
오리무중이던 감염경로 파악의 단서가 풀린 것은 83번 환자의 등장이다. 명륜교회를 찾았던 83번 환자가 종로구 노인종합복지관을 자주 방문한 점을 주목했다. CCTV(폐쇄회로 TV)를 분석한 결과 확진자가 복지회관에서 식사를 하는 장면이 확인됐다. 같은 시간대에 29번과 56번 환자도 식사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건당국은 증상이 발현된 시점을 감안하면 이 노인복지회관에서 83번 환자로부터 29번과 136번 환자가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결국 83번 환자가 명륜교회에서 6번 환자에게 감염되고, 83번 환자가 29번과 136번 환자를 감염시켰을 것으로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노인종합복지관에서 감염된 29번과 136번 환자는 가족간 감염을 낳았다. 30번 환자(68ㆍ여)는 29번의 배우자고, 112번 환자(79ㆍ여)는 136번 환자의 아내다.
정은경 본부장은 "노인복지회관과 관련해 이분들은 한번 식사를 하신 것이 아니라 거의 3일 정도를 계속 같이 식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CCTV를 분석한 결과 식사를 한 장면이 확인되었고, 식사를 수차례 반복하며 바이러스에 노출됐다는 것이다.
정 본부장은 "83번 환자는 노인복지회관과 명륜교회의 전체 신도 명단을 조회해 조사를 진행해 사례로 증상을 호소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잠복기를 고려해 지난달 28일 이후에 노출력이 있을 것으로 잠정 추정해 집단발병이라고 일단 판단하고 있다"며 "이 부분은 좀 더 전문가들과 검토를 해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질본이 종로구 노인복지회관을 집단발병지역으로 검토를 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일 휴관상태였던 이곳을 방문한 이낙연 전 총리 역시 검사를 받았다. 종로구청은 "지난 1일부터 휴관에 들어갔다고 비서진에게 알렸으나 이 전 총리 측이 복지관장인 정관스님을 뵙겠다고 해 방문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