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영화 ‘백두산’이 800만 관객 고지에 올랐다. 지난달 19일 개봉 뒤 25일 만이다. 백두산 폭발 이후 최악의 사태를 막으려는 이들의 악전고투를 그렸다. 영화적 완성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일부 비판 속에서도 ‘백두산’이 흥행에 성공한 것은 ‘재난영화는 흥행에 실패하지 않는다’는 충무로 속설을 재확인해준 것이라는 평이다.
◇재난영화는 거부감 덜한 종합선물세트
국내 재난영화는 흥행 불패였다. 쓰나미가 부산 일대를 덮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려낸 ‘해운대’는 무려 1,145만명을 모았다. 서울 도심에 유독가스가 급속히 번지는 상황을 배경으로 한 ‘엑시트’ 또한 ‘N포 세대’ 청춘의 짠내나는 생존기로 공감을 이끌어내면서 942만명을 동원했다. 터널 붕괴로 고립된 한 남자의 이야기를 중심에 둔 ‘터널’(2016)은 712만명을 모았고, 폭파범과 방송사 앵커의 두뇌싸움을 그린 ‘더 테러 라이브’는 558만 관객이 찾았다.
천재지변과 대형 사고를 다루는 재난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압도적 볼거리, 위기에 처한 인간 군상, 그 와중에 역경을 이겨내는 인간 의지 등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백두산’도 이 공식을 따라간다. 백두산 폭발이란 소재에다 남한 군인 조인창(하정우)과 북한 특수요원 리준평(이병헌)의 대립과 우정, 가족애 등을 버무렸다. ‘백두산’의 투자배급사 CJ ENM 영화사업부 윤인호 홍보팀장은 “볼거리와 배우에 대한 기대감, 가족주의와 우정이 담긴 내용이라 관객의 시선을 모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극장가 분석도 비슷하다. 한 극장 관계자는 “‘백두산’ 같은 한국형 재난영화는 액션, 드라마, 멜로, 코미디가 한데 녹아 든 일종의 종합선물 세트”라고 말했다.
◇막대한 제작비, 손익분기점 높아
하지만 재난영화 제작은 쉽지 않다. 우선 실감 나는 재난 현장을 그려내야 한다. 1990년대 이후 컴퓨터그래픽(CG)을 이용한 특수효과가 발전하면서 ‘타이타닉’(1997), ‘아마겟돈’(1998) 같은 재난 영화가 쏟아졌다. ‘백두산’도 전체 장면의 60% 이상이 특수효과였다. 또 다양한 인물이 등장해야 한다. ‘백두산’에는 하정우 이병헌 이외에도 마동석 배수지 전혜진이 출연했다.
이 모든 건 결국 돈이다. 제작비가 높아진다. ‘백두산’의 순제작비도 260억원이다. 지난해 최고 흥행작(1,626만명) ‘극한직업’(65억원)보다 4배나 많다. 마케팅비 등을 감안하면 ‘백두산’의 손익분기점은 관객 730만명으로 추산된다. 800만을 넘겨봐야 이익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조재휘 영화평론가는 “규모를 키우기보다 재난영화라는 장르 자체를 한국적으로 잘 변용하는 게 중요하다”며 “‘엑시트’(순제작비 102억원)가 한국형 재난영화의 방향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