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선거공약인 '산재모병원'의 예비타당성조사 탈락 결과를 지난해 총선 직전 통보한 데 대해 정치적 일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상적인 업무 처리였다고 밝혔다.
당시 예비타당성조사에서 탈락했던 산재모병원은 '산재전문 공공병원'으로 이름만 바꿔 올해 1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에 포함됐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예타 면제대상을 뽑은 '1차 리스트'에는 없었으나 이후 고용위기지역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추가됐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다만 누구의 제안으로 어느 시점에 이 사업을 예타 면제 대상에 추가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답하지 않았다.
기재부는 20일 오전 9시30분부터 시작된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이날 오후 2시 긴급브리핑을 열고 "기재부가 특정 후보에 유리하도록 울산 산재병원 예비타당성조사 결과를 발표한 게 아니냐는 혐의로 검찰이 관련 중간보고 및 최종보고 문건을 확인하러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울산 산재모병원은 2013년 11월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이후 수차례 사업계획 변경을 거쳐 마지막 계획이 2017년 9월에 올라왔다"며 "이를 KDI가 평가한 뒤 2018년 5월 23일 기재부에 통보했고 기재부는 같은달 25일에 고용노동부와 울산시 등에 결과를 알렸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25일은 지자체 선거를 불과 19일 남겨둔 시점이었다. 기재부에 따르면 당시 5개 사업의 예타 결과를 발표했는데, 다른 4개 사업은 모두 예타를 통과하고 울산 산재모병원만 떨어졌다. 이에 당시 선거공약으로 산재모병원을 내세웠던 자유한국당 소속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은 공약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10월 10, 12, 13일자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업무수첩에는 산재모병원 사업이 언급됐다. 송 부시장의 수첩에는 좌초되면 좋음(10일) BH 방문(12일) 추진 보류(13일) 등의 메모가 붙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전 시장의 낙선을 위해 청와대와 기재부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검찰은 지방선거 일자와 밀접한 시기에 예타 결과가 나와 선거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차원에서 압수수색을 나온 것 같다"며 "정치 일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예타 결과를 통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가 '탈락' 결과를 통보한 울산 산재모병원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송철호 현 울산시장이 취임한 뒤 2000억원 규모의 '울산 산재전문 공공병원'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올해 1월 예타 면제대상에 포함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저희가 볼 때 산재모병원과 산재전문 공공병원 사이에 큰 차이는 없다"면서도 "한번 예타를 거친 사업이 어쨌든 구체화돼 있고, 또 바로 착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괜찮은 (예타 면제)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주요 정책을 결정하기 전 청와대와 통상적인 업무협의 차원에서 산재전문 공공병원에 대한 협의를 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울산 산재전문 공공병원은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지자체 등으로부터 예타 면제를 요청 받아 작성한 1차 리스트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 이후 고용위기지역을 배려하는 과정에서 추가 사업으로 들어갔다. 당시 산재전문 공공병원처럼 예타를 통과 못했으나 면제 대상에 포함된 고용위기지역 사업은 전남 목포 수산식품 수출단지(1000억원 규모), 전북 군산 상용차산업 혁신성장(2000억원 규모) 등이 있다.
특히 2018년 5월 KDI 보고서에 따르면 울산 산재모병원은 비용편익비율(B/C) 및 종합평가(AHP) 등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특히 AHP 분석은 연구진 만장일치로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러한 사업을 이름만 바꿔 예타면제 대상에 포함시킨 데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예타 결과 타당성이 부족했더라도 지역에서 원하고, 저희가 봤을 때도 울산 같은 산업도시에 연구중심 산재전문병원이 있는 게 지역경제 등에 도움이 되겠다는 차원에서 포함시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