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7일 이틀간의 일정으로 방한한 쌍용차 이사회 의장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이 노조, KDB산업은행, 정부 관계자 등을 만나며 강행군에 나섰다.
고엔카 사장은 17일 오전 내부 회의를 가진데 이어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문성현 위원장과 일자리위원회 이목희 부위원장 등을 만나 쌍용차 회생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엔카 사장은 문 위원장과 이 부위원장에게 쌍용차가 일자리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경영 정상화를 위한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고엔카 사장은 16일 오전에는 노조와 회사 구성원들을 만나 경영 정상화 의지를 강조하고, 오후에는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을 찾아 쌍용차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며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16일 직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투자와 관련된 질문을 받고 "이사회 승인을 거쳐 23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쌍용차 운영을 단기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엔카 사장은 최근 지원 요청을 위해 인도를 방문했던 쌍용차 노조에도 2300억원 규모의 직접투자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산업은행이 쌍용차 회생을 위해 지원해야 한다는 단서가 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엔카 사장은 이날 오후에는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을 찾아 이동걸 회장을 만났다. 산은에 따르면 고엔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쌍용차에 대한 투자의지를 밝히고 경영정상화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고엔카 회장은 '포드-쌍용차-마힌드라'간 삼각동맹을 통해 쌍용차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도 이 자리에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사태'이후 어려움을 겪어온 쌍용차는 2016년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를 출시하며 흑자로 전환했고, 지난해 현대·기아차에 이어 국내 완성차업계 판매량 3위로 도약했다.
하지만 현대차가 '코나', '베뉴'를, 기아차가 '스토닉'과 '셀토스'를 내놓고 한국지엠이 미국에서 '트래버스'와 '콜로라도' 등을 들여오며 국내 SUV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며 경영상황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쌍용차는 지난해 국내외시장에 13만2799대의 완성차를 판매했다. 전년에 비해 6.5% 감소한 수치다. 국내시장에는 1.2% 감소한 10만7789대, 해외시장에는 23.9% 감소한 2만5010대가 각각 판매됐다. 쌍용차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1821억원으로,지난해 2000억원대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285.5%에 이른다.
쌍용차는 경영난에 대응하기 위해 강도높은 자구노력을 벌이고 있다. 쌍용차 노사는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상여금 반납과 복지 축소, 순환 휴직 등 고강도 쇄신안을 마련, 시행했다. 사무직 인력 30%에 대해 월급의 70%만 받는 순환 휴직을 실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복직시킨 쌍용차 사태 해고자 119명 중 46명에게 휴직 통보를 했다.
쌍용차가 산은에서 대출받은 금액은 1900억원으로, 이중 900억원은 오는 7월까지 갚아야 한다. 나머지 1000억원은 지난해 시설투자 명목으로 나간 대출로, 만기는 2024년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고엔카 회장의 이번 방한과 산은·정부 관계자 회동은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고, 이와 관련해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말할 수 없다"며 "다만 쌍용차가 자구노력을 하고, 이사회가 중장기 발전전략을 마련하고, 필요할 경우 정부 지원을 요청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한편 쌍용차의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쌍용차 지원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책은행인 만큼 일자리 지원 차원에서 추가 대출에 나설수도 있지만, GM 때와는 달리 보유 지분이 없어 지원 근거가 미약한데다 업황 자체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산은 관계자는 "16일 면담은 마힌드라가 청사진을 제시하는 수준에서 이뤄졌을 뿐 구체적인 논의는 전혀 없었다"며 "쌍용차가 충분하고도 합당한 수준의 실현 가능한 경영계획을 통해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동참과 협조하에 조속히 정상화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