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27일 본회의 개의를 앞두고 '회기 결정의 건'이 아닌 지난번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대상이었던 선거법이 앞서 상정돼 있는 것에 크게 반발했다. 이에 한국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에 '인간띠'를 만들어 막아서고 국회의장실에도 항의 방문하고 있어 본회의 개의는 예정보다 미뤄지고 있다.
한국당 의원 70여명은 이날 오후 3시부터 국회 본회의장의 문희상 국회의장 자리를 포함한 단상 주변을 에워쌌다. 앞쪽으로는 20여명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연동형 비례대표제 절대 반대'란 현수막을 들고 인간띠를 만들었다. 양 옆으로도 겹겹이 진입하는 곳을 막아섰다.
그 중 김태흠 한국당 의원은 기자들 쪽을 향해 "저희의 이런 모습은 불법을 막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는 "임시회가 시작되면 얼마나 며칠 동안 할 것인가 하는 회기 결정의 건을 먼저 상정해 회기를 결정한 뒤 그 다음 안건을 표결로 가는 것이 회의 진행 순서"라고 외쳤다.
그러면서 "문 의장은 '회기 결정의 건'도 결정하지 않고 선거법을 먼저 표결 처리하겠다고 한다"며 "저희는 민주당과 의장이 합법적으로 의사 진행을 바꾸면 이 농성을 풀겠다"고 선언했다.
장제원 의원도 "국회는 이제 사망했다. 더 이상 국회법을 운운할 수 없다"며 "저희들은 정당한 저항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장내에선 한국당과 민주당 의원 사이 고성이 오갔다. 이장우 의원은 민주당 의원을 향해 "총선에서 심판받게 될 것"이라며 "민주화 운동한 것이 부끄럽지 않나. 민주화 운동을 했으면 지킬 줄도 알아야지 어떻게 반민주 행태를 서슴없이 하나"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 쪽에서 "시끄럽다", "왜 삿대질이냐"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시각 심재철 원내대표는 한국당 의원총회가 끝난 뒤 문 의장실을 항의 방문했다. 심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원래 일정은 회기결정 건이 가장 먼저"라며 "임시회가 끝났고 오늘 또 첫 임시회의니까, 회기가 언제까지인지 결정을 하고 다음 순서를 진행하게 돼 있는데 그 당연한 순서가 뒤집혀 있다"고 반발했다.
그는 "최소한 있는 규정은 지켜서 회기를 결정한 뒤 진행하는 게 당연하잖아요. 당연한 걸 바로잡아 주십사 말씀드리러 온 것"이라며 "의장은 의원들이 왔는데 문 틀어 잠그고 '나는 정한다, 너흰 따라와라'고 하는 것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입니까"라고 물었다.
김정재 한국당 원내대변인도 "의장께서 국회법을 무시하고 의회를 진행한 것이 한두번 아니지만 회기 자체가 결정도 안됐는데 선거법 표결순서가 올라와 있다"며 "다음번 회의에서 표결하기로 돼있지, 회기도 결정 안됐지 않나"라고 항의했다.
그러면서 "원내대표가 와서 부당성을 말씀드리겠다는데 만나는 것조차 거부하고 있다"며 "선거법 회기 결정 안나고 하면 무효"라고 지적했다.
문 의장실 앞에서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국회법의 무제한토론 실시 등 조항을 보면 무제한토론을 실시한 해당 안건은 지체없이 표결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며 "이 안건은 다음 회기에서 표결해야 하는데 국회의장은 회기를 안 정하고 선거법을 표결하고 회기를 정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국회법 위반이다"라고 강조했다.
그 때 의장실 앞으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도착했고 심 원내대표와 함께 의장실로 들어갔다. 이후 심 원내대표는 의장실에서 나온 뒤 기자들에게 "의장님께 안건 12번 잘못됐다 회기를 결정한 뒤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는데 그 점에 대해선 아무 말씀을 안하시더라고요"라며 "(저희 지적을) 수용한다는 것인지, 내 생각은 내 생각이란 얘긴지 그 속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심 원내대표는 "이것은 여야 원내대표끼리 얘기할 내용이다. 의장과 얘기할 사항이 아니라고 해서 이 원내대표와 함께 의장실을 나왔다"며 "준비되는 대로 건의해서 얘기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 같은 한국당 의원들의 반발로 이날 오후 3시께 예정됐던 본회의는 1시간이 지나도록 열리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