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작년 하반기 집값이 많이 오른 서울 강남권 등 대도시 지역의 고가 아파트 거래자 중에서 탈세혐의가 짙은 361명을 추려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들 중에는 매매 뿐만 아니라 고가의 전세자금에 대한 자금출처가 명확하지 않아 편법증여 등 탈루혐의가 있는 30대 이하의 강남 고가 아파트 전세거주자도 대거 포함됐다.
국세청은 대도시 지역의 고가 아파트 거래 자료와 국토교통부·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 합동 조사결과에서 통보된 탈세 의심 자료를 분석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세무조사는 관계기관 합동조사 결과 1·2차에 걸쳐 통보된 탈세의심 자료 중 변칙 거래를 통한 탈루혐의자 173명을 선정했다. 또 자금출처가 명확하지 않아 편법증여 등 탈루혐의 있는 고가 주택 취득자 101명, 고액 전세입자 51명, 소득탈루 혐의 소규모 임대법인·부동산업 법인 등 36명을 선정했다.
국세청은 자금출처 조사대상자 325명 중 30대 이하가 240명으로 약 74% 차지할 정도로 자산형성 초기인 30대 이하의 고가 아파트 거래에 대해 중점적으로 검증했다. 증여세 신고기한 미도래 분 등 나머지 자료도 순차적으로 전수 분석해 조사 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어서 탈루혐의로 세무조사를 받게 될 인원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차입금을 기반으로 고가아파트를 취득하거나 전세로 입주한 경우 차입을 가장한 증여인지 여부를 검증했다. 고액 전세금은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이 아니며, 편법 증여받은 전세금은 다른 부동산 취득 시 자금원천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국세청의 판단이다.
고액 전세입자 탈루혐의자 51명은 연령과 소득, 지출 내역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자금 출처가 명확하지 않아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들은 차입금을 기반으로 고가아파트를 취득하거나 전세로 입주한 경우 차입을 가장한 증여인지 여부를 검증했다.
실제로 특별한 소득이 없는 30대의 A씨는 고가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하고 있어 자산가인 부모의 전세자금 증여 혐의로 조사 대상자에 선정됐다. 자금출처 조사 결과, 부친 B씨가 본인 소유의 고가 아파트를 매도하면서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는 자녀 A씨의 명의로 매수자와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매매가격에서 전세보증금을 차감한 금액만 수취해 부친이 전세자금을 자녀에게 사실상 증여한 것을 확인했다. 국세청은 전세보증금 수억원에 대한 증여세 수억원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향후 원리금 상환이 자력으로 이루어지는 지 여부에 대해 부채를 전액 상환할 때까지 전 과정을 철저히 사후관리하겠다”면서 “특히 고액 장기부채에 대해선 채무면제 및 사실상 증여 여부 등을 면밀히 점검해 탈루혐의 있을시 조사로 전환, 엄정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서울과 중부 지방국세청에 ‘부동산거래 탈루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설치·운영해 부동산 거래 관련 탈세행위에 신속히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김태호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소득대비 과다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금융조사를 통해 조사대상 기간 중 취득한 전체 보유재산의 취득경위와 자금 원천을 추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필요시 부모의 증여자금 조성 경위는 물론, 자금원천이 탈루된 사업 소득, 가지급금 등 사업자금의 유출에서 비롯된 경우에는 해당 사업체까지 조사대상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