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임직원 몸종 부리듯이 동원하는 잘못된 행위"
"불법 계열사 지원…파견법 위반 소지도 커"
이른바 ‘강성부 펀드’라고 알려진 KCGI가 조원태 한진 회장의 경영 행태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하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조원태 회장이 한진칼(180640)대표이사 연임을 위해 대한항공 임원을 한진칼로 파견 보냈다는 한 언론 보도에 대해 "총수 개인의 이익을 위해 계열회사인 대한항공의 인력과 재산을 유출하는 것"이라며 "그대로 묵과하지 않을 것"이고 KCGI는 지적했다. KCGI가 조원태 회장의 경영 행태에 대해 불법임을 지적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월 하순 있을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원태 회장의 연임 자체도 문제가 되는 모양새다.
KCGI는 21일 ‘대주주 측 이사의 한진칼 이사 연임을 위한 대한 대한항공 임직원 불법 파견 의혹에 대한 KCGI의 입장’이라는 문서를 발표했다. 이 입장문에서 KCGI는 "(14일 방송된)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조원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최근 대한항공 임원을 포함해 직원 여러 명을 한진칼로 파견 보냈다고 한다"며 "그 목적은 조원태 대표이사의 연임 안건이 상정될 예정인 3월 한진칼 주주총회를 돕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KCGI는 "조원태 대표이사가 자신의 총수 자리 지키기를 위해 한진그룹의 주력 기업인 대한항공의 임직원들까지 동원하는 전근대적인 행태에 개탄을 금치 않을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KCGI는 또 "대한항공의 임직원들을 자신의 몸종 부리듯이 동원하는 조원태 대표이사의 잘못된 행위는 마땅히 근절되어야 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조 회장이 "과거에도 대한항공을 동원하여 본인이 개인적으로 투자한 회사들을 부당하게 지원하도록 한 전력으로 이미 공정위와 검찰의 조사를 받았고, 관련 사건이 대법원에 계속 재판 중에 있다"고 KCGI는 덧붙였다.
KCGI는 대한항공 임직원을 한진칼에 파견한 것이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한항공 임직원들이 조원태 대표이사의 총수 자리를 지키기 위한 의결권 위임 작업에 나설 것이라는 언론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는 총수 개인의 이익을 위해 계열회사인 대한항공의 인력과 재산을 유출하는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 등에 해당하고, 파견법 위반의 소지도 크다"고 KCGI는 지적했다.
명분도 약하다고 KCGI는 강조했다. KCGI는 "경영진의 방만한 경영과 과도한 부채비율로 인한 실적부진의 책임을 대한항공 임직원이 떠안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조원태 대표이사가 자신의 연임을 위하여 대한항공 임직원들을 한진칼로 파견하는 것은 한진그룹의 발전보다 자신의 지위보전에만 연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KCGI는 "대한항공의 부당지원, 불법파견 의혹에 대하여 그대로 묵과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했다. "조원태 대표이사에 대하여 한진그룹의 건전한 경영에 해가 되는 위법행위를 즉각 중지하고 공정하게 한진칼 주주총회에 임할 것을 촉구한다"는 게 KCGI의 입장이다.
KCGI가 조원태 회장의 경영에 대해 정면으로 제동을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KCGI는 조원태 회장의 경영 행동이 불법일 뿐만 아니라, 부도덕하다고 주장했다. 또 경영진의 방만한 경영으로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과거의 무능함까지 함께 지적했다.
KCGI의 이번 입장 발표는 최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신동철 반도건설 전무 등과 회동을 가진 뒤에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항공업계에서는 3자 연대설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3자 회동 참석자와 내용이 드러났고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는 것 자체가 조 전 부사장, KCGI, 반도건설이 한 배를 탔다는 의미"라며 "주주 제안 시한인 2월 10일께를 앞두고 본격적인 ‘반(反)조원태’ 세력 결집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