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가입자들이 보험금을 청구하자 전혀 상관없는 사항을 미리 알리지 않았다며 보험금을 주지 않거나 맘대로 깎아서 지급한 보험사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일부 손해보험사들은 일부러 자동차보험금을 적게 지급했으며 생명보험사들은 보험계약 시 중요 사항에 대한 설명을 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처벌이 미약해 보험금을 정당하게 지급하지 않고 삭감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며 철퇴를 내려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생보사 7곳과 손보사 4곳에 대해 제재조치를 통보했다.
롯데손해보험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보험계약 4건에 대해 약관상 보험금을 삭감할 사유가 없는데도 사고와 직접 인과관계가 없는 계약 후 알릴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보험금 3억8800만원 중 1억2700만원을 부당하게 삭감했다. 같은 기간 자동차보험 22건에 대해 출고 후 2년 이하 자동차의 사고로 인한 수리비용이 사고 직전 자동차가액의 20%를 넘어 약관상 자동차시세하락손해 지급 대상이었지만 보험금 1억5100만원을 부당하게 미지급했다. 이에 과징금 300만원의 제재 조치를 받았다.
같은 기간 현대해상도 보험사고와 연관없는 사항에 대해 알릴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금 1억9700만원을 삭감하고, 입원일단 등 8600만원과 자동차수리비 4000만원을 미지급한 것이 적발돼 과징금 2억6600만원의 부과 조치를 받았다.
삼성화재는 16건의 보험계약에 알릴 의무 위반으로 보험금 8200만원을 삭감했다. 자동차보험 90건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2억300만원 적게 지급했다. 과징금 1700만원이 부과됐다.
한화손해보험은 보험금 1억3000만원을 부당하게 삭감하고 자동차보험금 1억78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아 과징금 2500만원 제재조치를 받았다. 또 약관상 보험료 납입이 면제되는 경우에도 납입면제 처리를 하지 않아 보험료 7300만원을 부당 수령하기도 했다.
신한생명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전화를 이용해 저축성보험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납입보험료에서 차감되는 사업비 수준에 대한 안내사항을 누락해 중요사항을 설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징금 2억6600만원과 기관주의를 받았다. 직원 3명에게는 주의 조치가 내려졌다.
미래에셋생명도 저축성보험 51건에 대해 중요사항을 설명하지 않아 6300만원의 과징금 조치을 받았다. 흥국생명 역시 같은 이유로 과징금 1억6500만원이 부과됐으며, 또 2015~2018년 10건의 보험계약에 대해 임의로 보험금을 삭감해 2억4900만원을 적게 지급해 과징금 100만원 부과 조치를 받았다.
보험금 과소지급으로 제재를 받은 보험사도 있었다. 메트라이프생명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보험계약 15건에 대해 보험금 2억4200만원을 적게 지급해 과징금 1300만원 부과 조치를 받았다. KDB생명은 임의로 보험금을 삭감해 과징금 400만원과 임원 1명 주의 조치를 받았다. DGB생명, 오렌지라이프도 임의로 보험금을 적제 주다 각각 과징금 600만원과 700만원을 부과 받았다.
일각에서는 보험사의 보험금 부당 지급 행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제재를 강화하고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험사가 보험금을 부당하게 주지 않는 사례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생명보험사들이 보험금 청구 200건 가운데 1건 꼴로 계약을 임의로 해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소연이 지난해 상반기 생명보험사의 보험금 청구 후 품질보증해지·민원해지 건수와 보험금 부지급 후 고지의무위반 해지·보험회사 임의해지건수를 조사한 결과, 47만9462건 가운데 2427건(0.51%)이 강제 해지됐다.
이러한 강제해지건수는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하반기에는 보험금 청구 47만998건 중 2323건(0.49%)이 해지됐다.
배홍 금소연 보험국장은 "보험금 지급이 없으면 수입으로 잡다가 보험금을 청구하면 계약을 강제로 해지시키는 것은 소비자 민원을 유발하는 나쁜 관행"이라며 "하루빨리 청산해야 할 보험사의 악행"이라고 강조했다.